Carpe Diem

몰도바에서 가장 국제적인 활동이 많은 이온 루카(Ion Luca)가 만든 와인!

와이너리의 정확한 명칭인 카사 비니콜라 루카(Casa Vinicola Luca)보다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와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 가족 운영의 와이너리인데 루카 패밀리는 1924년부터 4대째 와인을 생산해오고 있다. 떼루아를 최대한 반영하고 몰도바 와인생산의 전통을 존중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늘이 있기까지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시절에는 포도밭을 비롯한 사유재산을 포기해야 했고, 1949년에는 모든 가족 구성원이 시베리아로 강제노동을 위해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행한 역사는 루카 패밀리에게 엄청난 시련이었지만 와인에 대한 열정을 꺾지 못했다. 시베리아에서 돌아온 후에는 다행히 몰도바의 국영화된 와이너리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양조의 기술과 지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 해체되자 루카 패밀리는 가족 운영의 와이너리를 재건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1년에 드디어 카르페 디엠 와인이 탄생하게 되었다.

카사 비니콜라 루카는 몰도바의 세 개의 와인산지 중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코드루에 10.5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양조 시설은 키시너우에서 서쪽으로 약 75km 떨어져 있는 니스포레니(Nisporeni)에 있다. 몰도바의 화이트 토착품종인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레드 토착품종인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라라 네아그라, 코카서스품종인 사페라비, 국제품종인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를 생산하고 있다. 2019년 빈티지부터는 최근 몰도바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토착 화이트 품종인 비오리카를 선보인다. 한국에서의 와인행사 참가로 원래 계획했던 수확시기를 놓쳐 스위트한 와인으로 만들었다. 좋은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포도 수확은 모두 손으로 하고, 포도밭에서 셀러로 포도를 옮길 때는 엄격하게 온도를 관리하면서 10kg 박스를 사용한다. 또한 파쇄와 제경 이전에 포도의 선별작업을 철저하게 한다.

카사 비니콜라 루카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카르페 디엠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다. 카르페 디엠은 원래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 ‘현재를 잡아라’ 혹은 ‘오늘을 즐겨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격언으로서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 호라티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가 라틴어로 쓴 시 「송가(Ode)」에서 유래한다. 이 격언은 1989년에 개봉된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 등장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윌튼 아카데미 출신으로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괴짜 선생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 분)은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시(詩)에 대한 비평 이론을 서술한 교과서의 서론 부분을 찢어버리게 하고, 세상을 떠난 졸업생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카르페 디엠”이라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한다. 이를 통해 키팅은 학생들에게 참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시간을 아끼고,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브랜드 이름을 카프레 디엠으로 선택하고 사람들이 기쁘게 웃는 모습을 라벨에 담은 것은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며 ‘오늘을 웃으며 즐겨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카르페 디엠 와인의 레인지를 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특성을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토착품종에 대한 열정이다. 단일 토착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인 Feteasca Alba와 Feteasca Regala, 이 두 품종을 블렌딩한 와인 Femme Fatale, 단일 토착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인 Feteasca Neagra, 페테아스카 네아그라와 라라 네아그라를 블렌딩한 Femme Incredible이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토착품종을 바탕으로 국제품종이나 코카서스 품종을 블렌딩한 창의성이다. Bad Boys는 페테아스카 네아그라와 사페라비를 각각 50% 블렌딩했고, Breaking Red는 페테아스카 40%, 카베르네 소비뇽 35%, 메를로 25%를 블렌딩한 와인이다. Cuvee 19/11은 라라 네아그라와 피노 누아를 각각 50%씩 블렌딩한 와인으로 가장 독특하다. 토착품종이 블렌딩한 와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일 국제품종으로 만든 Cabernet Sauvignon, Merlot, Pinot Noir, Chardonnay, Sauvignon Blanc이 있지만 전체 레인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화이트 와인은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하고 레드 와인의 경우 225리터의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오크통의 70%는 프랑스산이며, 20%는 루마니아, 10%는 몰도바에서 생산한 것을 사용한다. 카사 비니콜라 루카는 스파클링 와인이 국제적으로 점점 더 소비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추어 3년 동안의 노력 끝에 작년 말에 전통방식에 의한 스파클링 와인 Brut Natur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샤르도네, 피노 누아와 함께 페테아스카 레갈라를 사용함으로써 여기에서도 토착품종에 대한 열정을 볼 수 있다.

카사 비니콜라 루카는 그동안 스위트한 와인을 생산하지 않았는데 비오리카(Viorica)라는 토착품종으로 만든 2019년 빈티지의 스위트한 와인 Late Harvest를 처음 선보였다. 최근 몰도바에서 인기를 더하고 있는 이 화이트 품종으로 원래 드라이한 맛의 와인을 생산하려고 했는데, 와이너리 오너가 2019년 대전에서 열린 국제와인행사에 참가하고 귀국하니 포도가 예상보다 빨리 익어 있어서 부득이하게 스위트한 와인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2020 빈티지로는 드디어 드라이한 비오리카를 만들게 되었다.

현재 이 와이너리의 오너이면서 직접 양조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이온 루카(Ion Luca)다. 그는 몰도바의 수도인 키시너우에 ‘카르페 디엠’이라는 이름을 가진 와인바를 겸한 와인샵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 본인이 생산한 와인뿐만 아니라 몰도바의 대표적인 다른 와인들도 판매하고 있다. 이온은 몰도바의 와인생산자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활발하게 국제적인 활동을 하는 와인맨이다. 몰도바 내수시장에서의 성공이 중요한 것을 알지만 그 규모가 작아서 수출시장을 공략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독일, 루마니아,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한다. 또한 규모가 작은 와인생산자들이 함께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몰도바소규모와인생산자협회(Moldovan Small Wine Producers Association)를 설립하여 7년 동안 회장으로 이 협회를 이끌었다. 현재는 몰도바와인소매협회(Moldovan Wine Retail Association) 회장직을 맡고 있다. 베를린와인트로피,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아시아와인트로피 등 다수의 국제와인품평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국제와인품평회 Asia Wine Trophy에서 동유럽에서 온 심사위원들과 함께(가장 왼쪽이 이온 루카).

이온은 현재 부모님이 거주하고 있는 크리코바의 주택 바로 옆에 최신식 양조 시설과 테이스팅 룸을 갖추게 될 와이너리를 짓고 있다. 2018년 1월 4일 몰도바 정부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은 이날이 이온에게는 새로운 꿈이 싹트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내가 지난 2월에 몰도바에 갔을 때 기초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공사장을 방문해서 그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이온은 친구가 운영하는 여행사와 제휴해서 매년 크리코바 와이너리를 찾는 약 8만 명의 방문객 중에서 적어도 5%를 유치할 목표를 갖고 있다. 그의 꿈이 코로나 상황 때문에 계획보다 늦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