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품종

몰도바에서는 전통적으로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더 많이 생산된다.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는 전체 포도밭 면적 74,200ha 중에서 화이트 포도품종이 재배되는 포도밭 면적은 48,230ha이고, 레드 포도품종은 25,970ha 면적의 포도밭에서 재배된다. 몰도바에서 재배되는 포도품종은 크게 국제품종, 코카서스품종, 토착품종으로 분류된다. 코카서스품종 중에서는 레드 포도품종인 사페라비(Saperavi)와 화이트 포도품종인 르카치텔리(Rkatsiteli)가 가장 많이 재배된다. 토착품종에는 화이트 포도품종인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a Alba), 페테아스카 레갈라(Feteasca Regala), 비오리카(Viorica), 알브 드 오니트칸(Alb de Onitcani), 리톤(Riton) 등이 있고, 레드 포도품종으로는 라라 네아그라(Rara Neagra), 페테아스카 네아그라(Feteasca Neagra), 코드린스키(Codrinschi)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가장 많이 재배되는 화이트 포도품종은 알리고테,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머스캣 오토넬, 리슬링, 피노 그리, 피노 블랑,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등이다. 그 외 트라미너, 알바리뇨를 사용해서도 와인을 만든다. 레드 포도품종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 사페라비, 라라 네아그라, 페테아스카 네아그라가 많이 재배된다. 흔하지 않지만 말벡, 템프라니요, 쉬라, 몬테풀치아노, 까르미네르로 만든 와인도 만날 수 있다.

단일 토착품종으로 만든 와인들(왼쪽부터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라라 네아그라).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포도품종 별 재배면적에 대한 가장 최근의 통계는 몰도바와인협회가 2019년 3월에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과 체코의 재정적인 지원 하에 2014년부터 준비가 시작되고 2017년 초에 도입된 ‘포도나무와 와인 명부’의 시스템에 등록된 것에 국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등록된 포도밭의 전체 면적은 당시 기준 30,000ha에 불과하다. 가장 많이 등록된 화이트 포도품종은 알리고테(3,813ha), 소비뇽 블랑(3,436ha), 샤르도네(2,010ha) 순이며, 레드 포도품종의 경우에는 카베르네 소비뇽(4,018ha), 메를로(3,781ha), 피노 누아(1,164ha) 순으로 많이 등록되어 있다.

아직 ‘포도나무와 와인 명부’에의 등록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몰도바 포도품종에 대한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다. 독일와인협회가 금년에 국제와인기구 OIV의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바에 의하면 몰보다는 1,343ha의 포도밭에서 리슬링을 재배하는 세계 10위의 리슬링 생산국이고, 피노 블랑의 경우 세계 9위의 생산국으로 350ha의 포도밭에서 재배된다고 한다. 피노 누아의 경우 몰도바는 놀랍게도 프랑스, 미국, 독일의 뒤를 잇는 세계 4위의 생산국이며 포도밭 면적은 6,521ha로 인용되어 있다. 이러한 통계는 분명히 ‘포도나무와 와인 명부’에 등록된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통계 작성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자료를 몰도바 정부가 OIV에 제공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몰도바 와인과 관련된 통계를 인용할 때는 항상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품종, 코카서스품종, 토착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에 관한 통계도 일률적이지 않다. 몰도바 최고의 와인저널리스트인 안드레이 치보타루(Andrei Cibotaru)가 2019년 가을에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각각 85%, 10%, 5%에 이르고, 몰도바와인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각각 73%, 17%, 10%를 차지한다. 서로 다른 두 개의 통계에서 공통적인 것은 몰도바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것은 국제품종이고, 이어 코카서스품종과 토착품종이 뒤를 잇는다는 점이다. 또한 토착품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몰도바의 기후에는 소비뇽 블랑과 피노 그리가 이상적인 반면 피노 누아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피노 누아로는 스파클링 와인과 로제 와인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적이라고 캐롤라인 길비(Caroline Gilby) MW는 말한다. 반면에 휴 존슨(Hugh Johnson)과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은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메를로 보다는 피노 누아, 피노 그리, 소비뇽 블랑, 스파클링 와인에 더 큰 잠재력을 인정한다. 캐롤라인은 이어 리슬링에 대한 평가를 아주 좋게 하며 샤르도네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카베르네 소비뇽보다는 메를로에 대한 평가가 좋은데 그린 탄닌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몰도바에서 생산되는 아이스와인이 아주 흥미롭다고 설명한다.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 크리코바(Cricova) 와이너리와 라다치니(Radacini) 와이너리의 스파클링 와인

몰도바에서 아이스와인은 이미 소비에트 시절 이전부터 생산되어 왔는데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00년대에 진입한 이후다. 리슬링, 샤르도네, 트라미너, 머스캣,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주로 만든다. Wine Folly는 몰도바가 프랑스, 뉴질랜드, 칠레, 남아공에 이어서 소비뇽 블랑을 많이 생산한다고 소개하며 세계 최고의 소비뇽 블랑이 생산되는 지역에 몰도바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 몰도바의 대표적인 토착품종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국내에 수입되어 있는 아스코니(Asconi) 와이너리의 아이스 와인 3종과 라다치니(Radacini) 와이너리의 아이스 와인

페테아스카 알바(Feteasca Alba)
페테아스카는 ‘아가씨(Maiden)’라는 뜻을 갖는 루마니아어 Fată의 소유격이고, 알바는 화이트를 의미한다. 국제적인 명성을 누리는 루마니아의 와인전문가 발러리우 코테아(Valeriu Cotea) 교수에 의하면 페테아스카 알바는 이미 로마 시대부터 재배되었는데, 특히 몰도바 이외에도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 많이 재배된다고 한다. 페테아스카 알바는 드라이하거나 미디엄 드라이한 와인을 생산하는데 적합하고 산도가 좋아서 스파클링 와인에도 사용된다. 이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가볍고 신선하며 섬세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흰 꽃 계열의 향과 복숭아, 살구, 시트러스 등의 과일 향이 특징이다.

‌페테아스카 레갈라(Feteasca Regala)
페테아스카 레갈라는 언어적으로 ‘Royal Maiden’을 의미한다. 페테아스카 알바의 여동생으로 간주되며  1920년대에 루마니아의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 처음으로 관찰되었다. 오랫동안 페테아스카 알바와 그라사 드 콧나리(Grasa de Cotnari)의 교배품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의 DNA 분석을 통해 페테아스카 알바와 몰도바의 프란쿠사(Francusa) 품종의 교배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페테아스카 레갈라는 몰도바에서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인기리에 재배되고 있다. 이 품종으로는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만들며, 장미, 야생화, 아몬드, 마른 살구 향이 특징이다. 페테아스카 알바로 만든 와인보다 질감과 구조감이 좋다. 입안에서는 그레이프프루트와 흰 후추의 풍미가 느껴진다.

‌비오리카(Viorica)

1969년에 몰도바에서 개발한 화이트 품종으로 최근 이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생산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산도가 좋으며 흰 꽃, 시트러스, 살구, 바질, 향신료 향이 특징이다. 피니시에서 꿀의 풍미가 느껴지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보아 머스캣과 아주 유사하다.

몰도바 토착 화이트 품종. 왼쪽부터 페테아스카 알바, 페테아스카 레갈라, 비오리카 

페테아스카 네아그라(Feteasca Neagra)
언어적으로 ‘Black Maiden’을 의미하는 이 레드 포도품종은 루마니아에서 가장 중요한 레드 포도품종이지만 몰도바에서 유래하며 이미 고대 시대부터 재배되어 왔다. 2000년대 초에 몰도바에서 거의 사라졌다가 최근에 와인생산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진한 칼라에 블랙 과일, 특히 블랙커런트와 자두, 체리 잼의 향이 두드러지고 오크 숙성을 하면 스모키하고 캐러멜 향을 갖게 된다. 부드러운 탄닌에 바디감이 좋으며 과일의 풍미가 긴 피니시로 이어진다. 숙성 잠재력이 좋다. 대체적으로 프랑스의 무르베드르(Mourvèdre)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고 코테아 교수는 설명한다.

‌라라 네아그라(Rara Neagra)
루마니아에서는 바베아스카 네아그라(Babeasca Neagra)라고 부르는데 이는 언어적으로 ‘Grandmother’s black’을 의미한다. 이 레드 포도품종은 루마니아에서는 재배하기가 비교적 까다롭다고 여겨지는데 몰도바에서는 칼라, 풍미가 루마니아에서보다 더 좋은 와인을 만든다. 신선하고 부드러운 맛을 선사하며 마른 과일, 사워 체리(Sour Cherry), 바닐라 향이 특징이다. 구조감에 있어서 피노 누아처럼 다소 스피이시한 와인이 될 수 있다고 캐롤라인 길비 MW는 말한다.

몰도바 토착 레드 품종. 왼쪽부터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라라 네아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