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산지

몰도바는 위도상으로 프랑스의 부르고뉴와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몰도바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세계 4위의 피노 누아 생산국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이 흥미롭다. 흑해와 직접 접하고 있지 않지만 와인의 발상지라고 알려져 있는 조지아처럼 흑해 유역의 국가에 해당한다.

가장 높은 곳은 몰도바의 중서부에 있는 해발 430미터의 발라네스티(Balanesti) 산이다. 중부 지방은 코드리(Codri)라는 이름을 가진 해발 350~400미터의 언덕지역으로 계곡과 숲과 비탈진 경사면이 많다. 북부 지방은 해발 150~200미터의 발티(Balti) 스텝지대인데 해발 300미터가 넘는 야산도 있다. 남부 지방은 부자크(Bugeac) 스텝지대로 몰도바에서 가장 평지에 속하지만 협곡과 경사지가 적지 않게 있다. 이러한 특징의 지형과 몰도바에 있는 두 개의 큰 강인 프루트강(Prut river), 드네스트르강(Dniester river), 그리고 이 강들로 합류하는 많은 지류들이 함께 심포니를 이루며 국토의 전형적인 모습을 형성한다. 프루트강은 도나우 강의 두 번째로 긴 지류인데 루마니아와의 국경에 따라 흐른다. 드네스트르강의 일부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에 따라, 일부는 몰도바로부터 1991년에 독립을 선언했지만 국제적으로 승인 받지 못한 프리드네스트로비에 몰다비아 공화국과의 경계를 따라 흐른다.

여름이 길고 겨울이 짧은 온화한 대륙성 기후로 흑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전문가 잰시스 로빈슨(Jansis Robinson)은 완만하게 경사진 몰도바 국토의 5%가 놀랍게도 포도밭이라면서 와인생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몰도바의 와인산지는 3개의 PGI(Protected Geographic Indication) 지역으로 구분된다. 중부의 코드루(Codru), 남서부의 발룰 루이 트라이안(Valul lui Traian), 남동부의 스테판 보다(Stefan Voda)가 이에 해당한다. 몰도바가 EU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유럽의 와인 등급체계가 곧바로 적용되지 않지만 EU의 모델을 바탕으로 2012년 말에 PGI 제도를 공식 도입했고, 이듬해에는 EU의 승인을 받았다. 몰도바는 와인 브랜디인 디빈(Divin)을 위한 별도의 PGI도 도입했는데 몰도바 국토 전체가 해당지역이다. 아직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드루(Codru)
몰도바의 중심부에 있는 와인산지 코드루는 몰도바의 3개의 와인산지 중에서 포도밭 재배면적이 가장 넓다. 70,000ha가 조금 넘어 다른 두 개의 PGI 지역의 포도밭 재배면적을 합친 것보다 많다. 몰도바와인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PGI 등급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포도밭은 몰도바 전체에서 아직 9,200ha에 불과한데 그 중의 25%가 코드루 지역에 있다.


동유럽 대륙성 기후로 겨울이 길지만 아주 춥지는 않다. 여름과 가을은 비교적 더운 편이다. 연간 2,100~2,200의 일조시간과 450~550mm의 강수량을 기록한다. 코드루 지역의 약 79%는 경사면이고 오크 나무와 보리수가 자라는 숲이 코드루 전체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미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북쪽에서 불어 오는 찬 바람과 서리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준다. 체르노젬(Chernozem)과 잿빛 산림토양이 전형적인 토양이다.

코드루에서는 다른 두 개의 와인산지와는 달리 화이트 와인의 생산이 더 많으며 따듯한 미기후 지역에서는 레드 와인이 생산된다. 대표적인 화이트 포도품종은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리슬링, 머스캣 오토넬, 페테아스카 알바이며, 레드 포도품종의 경우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가 많이 재배된다. 몰도바에서 가장 매력적인 와인관광을 제공하는 와이너리들이 대부분 코드루에 몰려 있다. 크리코바, 밀레스티 미치, 카스텔 미미, 샤토 바르텔리, 아스코니가 그 예이다.

발룰 루이 트라이안(Valul lui Traian)

이곳에는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가 세운 성벽이 아직 남아 있다. 그래서 와인산지의 이름이 트라야누스의 성벽(Trajan’s Wall)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 와인산지는 몰도바의 남서부에 위치하고 있다. 50,000ha가 넘는 포도밭이 있어서 코드루 다음으로 넓은 포도밭을 가진 와인산지다. 그러나 2018년 기준 PGI 등급의 전체 포도밭 9,200ha 중에서 35%가 이곳에 있어서 이러한 기준으로는 코드루를 능가한다.


3개의 와인산지 중에서 가장 건조하고 더운 지역이다. 지중해와 흑해의 영향으로 여름에는 덥지만 건조하고, 겨울은 온화하고 짧다. 연간 2,500의 일조시간과 350~500mm의 강수량을 기록한다. 포도밭은 대부분 프루트강변의 경사면에 있다. 토양은 주로 침출되고 탄산이 든 체르노젬인데 일부 지역은 모래와 점토로 되어 있다.


레드 와인의 생산이 60%를 차지하는데 스위트한 레드 와인도 생산된다. 화이트 와인의 경우 풀 바디인 경우가 많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사페라비, 페테아스카 네아그라가 이 지역의 대표적인 레드 포도품종이고,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 머스캣 오토넬, 알리고테, 리슬링이 대표적인 화이트 포도품종이다.

스테판 보다(Stefan Voda)
몰도바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흑해에서 가장 가까운 와인산지인 스테판 보다는 10,000ha가 조금 넘는 포도밭으로 가장 작은 규모의 와인산지다. PGI 등급의 포도밭 전체 중에 12%가 이곳에 있다. 이 기준으로도 가장 작은 규모다.


흑해의 영향을 받는 온화한 대륙성 기후 지역이며 연간 2,200~2,300의 일조시간, 강수량은 450~550mm를 기록한다. 이 지역의 73%는 경사면이며 토양은 주로 포드졸화 되고 탄산이 든 체르노젬이며 일부는 점토다.


이 와인산지에서는 레드 품종이 더 많이 재배된다. 대표적인 레드 포도품종으로는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 페테아스카 네아그라, 라라 네아그라인데 특히 라라 네아그라의 산지로 유명하다. 몰도바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인 푸카리가 생산하는 와인 Negru de Purcari에 라라 네아그라가 사용되어 온 것이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화이트 포도품종으로는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피노 그리, 머스캣 오토넬, 게뷔르츠트라미너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