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가 아니고 몰도바

아시아 서남부 인도양 중북부에 있는 몰디브(Maldives)는 우리에게 휴양지와 신혼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몰디브는 알아도 동유럽에 있는 작은 나라 몰도바(Moldova)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두 나라를 혼동하기도 한다. 몰도바가 워낙 알려져 있지 않아서 몰도바 와인의 수입을 꺼리기도 하고, 수입한 경우 몰도바에 대한 설명을 함께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을 수입하면서 그 나라들에 대해서 별도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과 다르다.

약 15년 전까지만 해도 오스트리아의 와인생산자들이 국내에서 와인 시음회를 개최할 때 Austria를 Australia와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며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악가 모차르트의 초상화와 호주의 상징인 캥거루의 이미지를 대조해서 보여 주었던 것이 연상된다. 그러나 몰도바의 와인생산자들이 대전에서 열리는 와인행사를 중심으로 국내에서 여러 해 동안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 왔고, 그 결과 2018년 후반부터 몰도바 와인이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와인전문가와 와인애호가 사이에서는 몰도바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에서 몰도바를 알리는데 와인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없다.
사실 와인이 아니어도 몰도바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예를 들면 2015년 11월 28일에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몰도바 편이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몰도바는 ‘동유럽의 작지만 강한 나라’, ‘축복의 땅’, ‘종교적 믿음이 강한 나라’, ‘신의 물방울 몰도바 와인’, ‘춤과 노래 그리고 정이 있는 사람들’ 등으로 소개되었다.

이 방송의 시작 부분에서는 몰도바가 낳은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트로파노프(Sergei Trofanov)가 직접 작곡하고 연주한 곡 ‘몰도바’가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집시음악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트로파노프는 2006년, 2008년, 2010년, 2012년, 2013년, 이렇게 다섯 번이나 국내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으며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국내 팬들이 많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공연한 적이 없지만 작곡가 에우젠 도가(Eugen Doga)는 트로파노프보다 세계적으로 더 유명한 몰도바 태생의 음악가다. 오페라, 심포니, 영화음악, 발레음악, 왈츠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작곡하는 그는 특히 왈츠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가 작곡한 왈츠 ‘Gramofon’과 ‘My Sweet and Tender Beast’가 역대 최고의 클래식 200곡에 선정되었을 정도다.

그 외 수필가 최영희는 몰도바에 세 차례 다녀온 경험을 2010년에 책 『몰도바로 가자』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다. 정여울 작가가 2014년에 발표한 책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의 ‘유럽 속 숨겨진 유럽’ 부분에서는 놀랍게도 몰도바의 와이너리 밀레스티 미치(Milestii Mici)가 9위에 올라 있다.

이와 같이 몰도바는 우리에게 아주 낯선 나라는 아니지만 잘 알려진 나라는 더더욱 아니다. 몰디브 여행상품은 많아도 몰도바 여행상품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에 몰디브에서 생산한 어떤 물건을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몰도바에서 생산한 와인은 점점 더 많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는 몰디브와 몰도바를 여행과 와인의 차이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은 몰디브, 와인은 몰도바!’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싶다. 물론 몰도바가 여행의 가치가 없는 나라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은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슬로건이라도 많이 퍼져서 몰도바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더욱 늘어나기를 희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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