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의 코냑인 디빈(Divin)

프랑스에는 그 유명한 와인 브랜디인 코냑(Cognac)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유럽에도 와인 브랜디가 있다.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몰도바에서 생산되는 디빈(Divin)이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시절에 아르메니아와 몰도바의 와인 브랜디가 가장 유명했고, 명칭도 프랑스에서와 마찬가지로 코냑이라고 불렀다. 이미 1909년에 코냑의 생산지역이 정해졌고, 1936년에 코냑은 프랑스에서 AOC의 지위를 획득했다. 1958년 많은 유럽의 국가들이 서명한 리스본 조약(Lisbon Agreement for the Protection of Appellations of Origin and their International Registration)에 따라 코냑 AOC는 국제적인 보호를 받게 되었다. 몰도바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에서 독립한 이후에 리스본 조약과 AOC에 관한 그 후의 다른 조약들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몰도바에서 생산되는 와인 브랜디를 더 이상 코냑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되었다.

이때 몰도바의 아나톨리 발라누차(Anatoly Balanutsa) 교수는 ‘Distvin’(DISTilat de VIN = wine distillate의 약자)이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몰도바의 유명한 과학자인 에밀 루슈(Emil Rusu)는 보다 간단한 이름으로 ‘Divin’을 선호했다. ‘Divin’은 몰도바의 모국어인 루마니아 언어로 영어의 ‘divine’과 마찬가지로 ‘신성한’, ‘멋진, ‘훌륭한’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루마니아 언어의 ‘din vin(= from wine)’에서 유래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1993년 몰도바 정부는 몰도바에서 생산되는 와인 브랜디의 이름을 ‘Divin’으로 확정했다. 디빈은 몰도바에서 생산되는 와인 브랜디의 이름이며 동시에 몰도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상표이기도 하다.


디빈은 몰도바의 와인산지 3곳과 함께 PGI 등급을 획득했는데 몰도바의 일부 지역이 아니라 몰도바 전체에서 생산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몰도바 전체 9,200ha의 PGI 등급의 포도밭 중에서 28%가 디빈을 생산할 수 있는 포도밭이다. 연간 생산량이 약 8백만 리터이며 그 중의 절반 가량이 해외로 수출된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시절에 디빈의 생산량이 1천 5백만 리터에 달한 적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디빈 생산자는 몰도바 동부의 티라스폴(Tiraspol) 마을에 있는 크빈트(Kvint)이다(정확한 명칭은 Tiraspol Winery & Distillery Kvint). 1897년에 설립되었으며 처음에는 보드카로 시작한 크빈트는 1938년부터 디빈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3년에서 60년까지 숙성된 약 30종의 디빈을 선보이고 있다. 크빈트는 보드카와 디빈 이외에도 일반 와인, 진, 위스키도 생산하는데 총 생산량이 연간 2백만 병이 넘는다. 크빈트가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은 2000ha에 달한다. 참고로 티라스폴은 인구 약 150,000명으로 몰도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데, 프리드네스트로비에 몰다비아 공화국의 수도이기도 하다. 이 공화국은 1991년에 몰도바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25,000개가 넘는 오크통이 있는 크빈트(Kvint) 와이너리의 셀러와 증류기 모습

디빈을 생산하는데 사용 가능한 포도품종은 모두 16종이다. 단일 품종만 사용하기도 하고 복수의 품종을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다. 16개 품종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Aligote, Chardonnay, Feteasca Alba, Luminita, Pervenet Magaracea, Pinot Group, Riesling, Riton, Rkatsiteli, Sauvignon, Silvaner, Suholimanski belii, Ugni Blanc, Bianca, Alb de Onitcani, Alb de Suruceni.


디빈은 적어도 3년 이상 오크통에서 숙성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연수(softened water)와 슈가 시럽(sugar syrup)이 사용되며 필요에 따라서는 슈가 캐러멜(sugar caramel)과 주정(alcohol-fortified waters)의 첨가가 가능하다. 디빈의 칼라는 밝은 금색에서 호박색까지 다양한데 이는 주로 숙성 정도에 달려 있다. 숙성이 오래 되지 않은 디빈은 꽃, 과일 향이 두드러지고, 오랜 기간의 숙성을 거친 디빈은 바닐라, 초콜릿, 나무, 발삼 나무, 코코넛, 커피 원두의 향을 지닌다.

국내에는 몰도바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의 하나인 카스텔 미가 생산한 디빈 ‘쿠자 보다(Cuza Voda)’ 7년산이 수입되어 있다. 카스텔 미미는 디빈의 생산을 위해 Spirits and Distilled Trade라는 자회사를 만들었고, 2010년 프랑스 전문가의 지도 아래 옛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시절의 증류 시설을 없애고 현대적인 증류 시설로 대체했다.

카스텔 미미의 '쿠자 보다' 3, 5, 7년산 디빈. 두 번째 사진은 새로운 병과 레이블의 모습을 보여준다.

‘쿠자 보다’는 쿠자 왕자라는 뜻으로 오토만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루마니아 연합공국(United Principalities of Romania)의 첫 통치자인 알렉산드루 이오안 쿠자(Alexandru Ioan Cuza)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그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루마니아 연합공국의 자치권을 지켜내며 루마니아 연합공국의 통일을 공식 선포했다. 또한 그는 전 국민 무상 의무 교육제, 국민 투표 방식 등 시대를 앞서 나간 제도, 철학을 도입하여 루마니아 연합공국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고 지금까지도 존경을 받고 있다. 몰도바는 역사적, 문화적으로 루마니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모국어로 루마니아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브랜드 이름의 사용을 이해할 수 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7년 동안 숙성된 ‘쿠자 보다’는 알리고테 품종으로 만들었다. 알리고테는 1893년에 카스텔 미미를 설립한 베사라비아의 마지막 총독 콘스탄틴 미미(Constantin Mimi)가 프랑스에서 최초로 들여와 몰도바에서 재배를 시작한 포도품종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 프렌치 오크 배럴에서 7년 동안 숙성된 ‘쿠자 보다’는 감초, 바닐라, 훈연 향이 복합적으로 드러나며 동시에 입안에서는 캐러멜, 헤이즐넛, 오크 풍미가 길게 지속된다. 카스텔 미미의 디빈을 시작으로 앞으로 코냑에 비해서 가성비가 좋은 몰도바의 디빈이 국내에서 많은 애호가를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