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소개

동유럽 국가인 몰도바는 서쪽으로는 루마니아, 동·북·남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정식 명칭은 몰도바공화국(Republic of Moldova)이다. 흑해 연안의 국가라고 분류되지만 불행하게도 국토가 흑해와 직접 잇닿아 있지 않다. 몰도바의 남동쪽 끝에서 흑해까지는 불과 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몰도바의 국토면적은 33,846km2로 우리나라의 1/3 정도이고,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더 넓다. 인구는 350만 명이 조금 넘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3,300 달러로(2019 기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다. 우리나라와는 1992년 1월 31일에 수교하였다. 수도는 키시너우(Chisinau)이며 인구는 약 70만 명이다.

오늘날 몰도바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고대시대에 다양한 민족들이 거주하였다. 2세기에 고대 로마 제국의 속주(屬州) 가운데 하나이며 다뉴브강 하류 북쪽 연안 지방이었던 다키아(Dacia)의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주하였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통로에 위치한 전략적인 중요성 때문에 이후 비잔틴 제국, 고트족, 훈족, 아바르인, 마자르인, 키예프 공국, 페체네그족, 쿠만인, 몽골족, 제1 불가리아 제국, 제2 불가리아 제국 등으로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침략을 받았다.


1359년 서쪽으로는 카르파티아 산맥(Carpathians) 동부와 동쪽으로는 드네스트르강(Dniester river) 사이에 몰다비아 공국(Principality of Moldavia)이 성립되었다. 이 공국의 영토는 현재의 루마니아 동부, 몰도바공화국,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포함하는 넓은 지역이었다. 몰다비아 공국의 이름은 현재의 동부 루마니아에 있는 몰도바강(Moldova river)에서 유래한다. 몰다비아 공국은 폴란드, 헝가리, 오스만 제국, 오스트리아, 제정 러시아 등의 침공에 시달리며 영토의 일부를 내주거나 그들의 속국이 되었다. 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전성기였던 스테판 3세 시절인 1484년에 흑해와 잇닿고 있는 부자크(Budjak) 지역을 오스만 제국에 빼앗겼다. 이로 인해 몰다비아 공국은 바다를 직접 접하지 못하게 되었다. 부자크는 이후 제정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영토로 자주 변경되었으며 현재는 우크라이나에 속한다. 몰도바가 흑해를 직접 접하지 못하게 된 역사적인 배경이다.


16세기 초부터 약 300년 동안 몰다비아 공국을 통치했던 오스만 제국은 1812년 부카레스트 조약을 통해 몰다비아 공국의 동부 절반을 제정 러시아에 양도했다. 프루트강(Prut river)과 드네스트르강 사이의 이 지역은 베사라비아(Bessaravia)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고 제정 러시아의 한 주가 되었다. 현재의 몰도바공화국의 영토는 이 베사라비아의 2/3에 해당한다. 한편 1859년에 베사라비아를 제외한 몰다비아 공국은 왈라키아 공국과 합병하여 몰다비아-왈라키아 연합공국(United Principalities of Moldavia and Wallachia)을 형성했고, 1862년에 루마니아 연합공국(United Principalities of Romania)으로 명명하며 근대 국가로서의 루마니아 기초를 마련했다.

위 첫 번째 사진은 1812년의 베사라비아(연두색)를 보여주고 있으며, 두 번째 사진은 1940년부터 현재의 몰보다 영토(분홍색)에 해당하는 베사라비아를 보여준다.

베사라비아는 1917년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 시기 스스로를 몰다비아 민주주의 공화국(Moldavian Democratic Republic)으로 선언하며 독립을 꾀하였으나 1881년에 루마니아 연합공국에서 루마니아 왕국(Kingdom of Romania)으로 바뀐 루마니아에 의해 다음해에 점령되었다. 1940년에 베사라비아 지역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USSR)에 흡수되었으며 곧바로 몰다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Moldavian Soviet Socialist Republic)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공화국의 국경은 종래의 베사라비아 국경과 일치하지 않았다. 베사라비아의 북쪽과 남쪽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편입하고, 종래에 베사라비아에 속하지 않았던 드네스트르강 동쪽의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 지역을 몰다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 포함시켰다. 이것이 현재의 몰도바공화국 영토가 되었다. 몰다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은 제2차 세계대전 도중 독일과 루마니아에 3년간 점령되기도 했으나, 1944년에 다시 소련에 반환되었다. 그 후로 1991년 독립할 때까지 소련의 통치를 받았다.

1980년대 후반, 공산주의의 붕괴와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 영향으로 몰도바에서도 독립을 향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1988년 몰도바 민주주의 운동(Democratic Movement of Moldova)에 의해, 다음해 이를 승계한 몰도바 인민전선(Popular Front of Moldova)의 주도하에 독립을 향한 시위가 일어났다. 몰도바 인민전선은 1989년 8월에 이전의 키릴문자를 폐지하고 몰다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공용어를 몰도바어(Moldovan)로 정했으며 동시에 로마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첫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의회인 최고 소비에트(Supreme Soviet)가 선출되었고 개혁 성향의 공산주의자인 미르체아 스네구르(Mircea Snegur)가 의장으로, 이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국가의 이름을 몰다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소비에트 사회주의 몰도바 공화국(Soviet Socialist Republic of Moldova)으로 바꾸고 주권을 선언했다. 1991년 5월 국가명을 다시 몰도바공화국(Republic of Moldova)으로 바꾸고, 최고 소비에트를 몰도바 의회(Moldovan Parliament)로 변경했다. 1991년 8월 27일 몰도바공화국은 마침내 소련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선언했다. 이듬해에는 유엔의 회원국이 되었다. 몰도바공화국의 독립을 전후해서 드네스트르강 동쪽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에서는 독자적인 국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몰도바공화국과의 분쟁이 발생했다. 그 결과 1992년에는 프리드네스트로비에 몰다비아 공화국(Pridnestrovian Moldavian Republic)이 탄생했다. 독자적인 군대와 화폐를 보유하고 있지만 국제법상으로는 여태껏 독립국가로 승인 받지 못하고 있다.

몰도바의 공용어에 대해서는 복잡한 스토리가 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몰도바 인민전선은 1989년 8월에 몰다비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의 공용어를 몰도바어로 정했지만 1991년의 독립선언문에서는 루마니아어(Romanian)가 공용어로 인정되었다. 하지만 1994년의 헌법에서는 다시 몰도바어가 공영어의 지위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하에 몰도바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몰도바어 혹은 루마니아어로 부를 것인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이후부터 루마니아어와 몰도바어가 사실상 같은 언어라는 인식이 만연하게 되었다. 2013년 헌법재판소는 1994년의 헌법보다 1991년의 독립선언문이 우선권을 갖는다고 판결하며 루마니아어를 몰도바공화국의 공용어로 인정했다. 미국의 CIA가 2014년 기준으로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몰도바 국민의 56.7%가 몰도바어를, 23.5%가 루마니아어를 모국어로 생각한다고 한다.


몰도바나 루마니아 사람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몰도바어와 ‘몰도바의’라는 뜻을 가진 소유격을 Moldovan이 아니고 Moldavian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역사적으로 1988년의 몰도바 민주주의 운동 이전에 국가의 명칭에 Moldavian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관습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의 프리드네스트로비에 몰다비아 공화국 이름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짐작된다. 몰도바의 역사를 알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몰도바의 역사는 또한 몰도바 와인과 루마니아 와인의 공통점, 특히 토착품종의 이해에도 도움을 준다.


몰도바 인구의 75.1%는 몰도바인이고, 루마니아인이 7%, 우크라이나인이 6.6%, 가가우스인(Gagauz)이 4.6%, 러시아인이 4.1%, 불가리아인이 1.9%를 차지한다. 몰도바 국민의 90%는 동방정교를 믿는다. 몰도바 국기는 왼쪽부터 파랑, 노랑, 빨강의 삼색기인데 중앙의 국장을 제외하면 루마니아 국기와 동일하다. 국장의 독수리는 과거 루마니아 문장에서 유래하며 방패 안의 황소 얼굴은 몰도바 과거의 베사라비아 지역을 상징한다.